[단독] "마켓컬리 위탁 배송기사도 근로자…산재보험 대상"

입력 2023-10-16 18:30   수정 2023-10-17 00:30

새벽배송 전문업체 컬리의 배송 업무를 대신하는 배송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고용계약이 아니라 위탁계약을 맺었더라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관련 업계는 이번 판결이 유통기업의 인력 관리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판결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방침 마련에 분주하다.
회사가 사실상 업무 지휘·감독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은 배송기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컬리넥스트마일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컬리의 배송 자회사인 컬리넥스트마일과 화물운송 위탁계약을 맺고 배송업무를 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그는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며 회사에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요양불승인을 결정했다. A씨는 별도 사업자로 등록하고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는 산재보험법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업무 범위가 ‘새벽배송’에 한정된 A씨의 경우 특례법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공단 판단이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공단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작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컬리넥스트마일이 사실상 A씨의 업무를 지휘·감독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사고 당시 화물 상차부터 배송 완료까지 모든 업무 과정을 회사가 제공한 모바일 앱에 입력했다. 회사는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A씨에게 업무 내용을 지시했고, 배송지역 조정·계약해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도 있었다. A씨가 회사로부터 운송료 등 명목으로 매월 480만원의 고정급을 받은 것도 재판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은 근거가 됐다.
유통기업 비용부담 커지나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다투는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법원은 배송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배송기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상 근로자’ 개념을 사용해왔다. 교섭권이 주로 소송 쟁점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와 위탁계약을 맺은 서진물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청구’ 소송이 대표적이다. 앞서 서진물류의 일부 배송기사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회사가 교섭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하지 않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중노위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서진물류 측은 소송을 걸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법조계 등에선 이번 판결로 위탁계약을 맺은 배송기사도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퇴직금, 각종 수당 등을 요구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기업의 인력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앱에 업무 과정 등을 입력하는 것이 ‘상당한 지휘·감독’이라고 보는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며 “도급업무를 할 때 꼭 필요한 내용까지 근로자로 판단하는 요소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 택배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1심 판결 이후 “불필요한 혼란으로 현장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서울고등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컬리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경진/곽용희/송영찬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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